응급피임약이 일반의약품이 되면 안되는 이유
요즘 사후 피임약, 다시 말해 응급피임약이 일반약으로 전환되는 것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 응급피임약을 처방하고 있는 의사의 입장에서 응급피임약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일단 보통 사람들이 사후피임약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표현입니다. 사후피임약이라는 단어는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하는 단어인데요. 성관계 이후에 하는 피임법이라고 오해를 불러올 수 있어 의사들은 맞지않다고 말을 합니다.
그 이유는 응급피임약은 성관계 후 복용을 해서 임신을 예방하는 것은 맞지만, 콘돔이나 보통 피임약, 그리고, 자궁에 시술하는 루프나 미레나 같은 피임약고 달리 실패율이 매우 높고(5~42%, 평균 15%), 정기적으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피임법이 아니기때문입니다.
이 약이 처음 시도되게 된 것은 Yuzpe method라고 알려진 고용량의 호르몬 요법으로 수정란의 착상을 억제하는 피임약 복용법이 1980년대입니다. 초기에는 지금보다 고용량의 피임약 복용으로 구토, 구역질, 질출혈, 어지럼증 같은 부작용이 심각하여, 권장하지 않고, 단지 성폭력을 당한 경우에 제한적으로만 사용하던 피임법이었습니다.
이후 연구를 통해 이보다 적은 용량의 호르몬을 사용하고, 두 번 복용하던 것을 한번으로 줄여도 효과가 많이 줄지않는다는 것을 밝혀내면서, 현재의 한번 복용하는 용법으로 바뀌게 되었고, 상용화된 피임약으로 시판을 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이 약의 사용으로 장기간 여성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나온 데이터가 없고, 오남용으로 약의 용법이 달라졌을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대처에 대해서 상담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 대부분의 국가에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의약분업을 하고 있는 OECD국가들 중에서 이 약을 일반의약품으로 대중이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나라는 많지않은데요. 이들 국가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응급피임약을 분류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의료비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약에 대한 접근도가 떨어지고, 의사와 진료를 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어 72시간으로 제한된 응급피임약의 복용 Golden Time을 놓히지않도록 해주기 위해서 입니다.
대표적으로 응급피임약이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는 미국의 경우 피임약을 처방받기 위해 내야하는 진료비는 80불, 우리 돈으로 10만원 가까이 되는 돈입니다. 그리고, 의사에게 진료를 받기 위해서 걸리는 시간은 2~3일이상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를 해서 접근도를 높였지만, 제도적으로 만 17세 미만은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하며, 자주 복용하지않도록 엄격히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 앞서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한 국가에서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한 국가에서 보이고 있는 응급피임약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응급피임약 접근성을 높인 나라들에서 낙태율과의 상관 관계 보고
1. 2011년 가장 최근 연구 문헌에서
Increased access to ECP (Emergency contraceptive Pill) had a greater impact on repeat use among women who were at lower baseline risk of pregnancy. This may explain in part why increased access to ECP has had no measurable benefit in clinical trials. Regardless, even if ECP availability does adversely affect regular contraceptive use, women are entitled to know about all contraceptive options.
On the other hand, no published study has yet demonstrated that increasing access to ECPs can reduce pregnancy or abortion rates in a population.
<중략>
But it is unlikely that expanding access will have a major impact on reducing the rate of unintended pregnancy, primarily because the incidence of unprotected intercourse is so high, ECPs are only moderately effective, and ECPs are not used often enough. (Emergency contraception. J Trussell, E Raymond, 2011)
결론만 요약해서 말씀드리면, "응급피임약의 접근성을 확대하는 것이 피임성공율을 높이는데 효과적이지 못하며, 이유는 무방비한 성교의 증가와 약 자체의 낮은 효과, 생각보다 사용빈도가 높지않기 때문이다." 입니다.
2. 노르웨이: 1995년 응급피임약이 전문의약품으로 허가, 2000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됨. 일반의약품 전환 이후 응급피임약 판매량은 30배 이상 증가했으나 낙태율 감소 효과는 없었음*
3. 영국: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이후, 응급피임약 사용은 확연히 증가했으나 낙태율은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보고됨. 또한 응급피임약을 미리 준비시켜도 낙태율에는 영향이 없었다. 따라서 보건서비스를 통해서 광범위하게 응급피임약을 사전 보급하는 것은 영연방국가에서 준비되지 않은 임신율을 낮추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없다는 결론.**
4. 스웨덴: 정부 통계 자료에 의하면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응급피임약의 매출액은 3배 가까이 성장한 반면 같은 기간 동안 낙태율은 17% 증가 (2001년부터 응급피임약의 OTC 판매 허용)***
5. 미국(1): 응급피임약의 접근성을 높여도 준비되지 않은 임신이나 낙태의 비율을 크게 감소시키는 통계적인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결론#1
6. 미국(2): 응급피임약을 사전 지급하거나 약국에서 무상 지급하여도 응급피임약 사용율만 증가하고 처방할때보다 임신율은 변화없고 성병은 증가했음#2
7. 중국: 응급피임약을 자유로이 구입한 경우 처방한 경우보다 응급피임약을 2배 더 사용했으며,임신율이나 낙태율에는 차이가 없었음##.
참고문헌
Polis CB, et al. Advance provision of emergency contraception for pregnancy prevention. Cochrane Database Syst Rev. 2007.
* Pedersen W. Emergency contraception: why the absent effect on abortion rates? Acta Obstetrica et Gynecologica. 2008
** Emergency contraception, British Medical Journal, 2006.
Glasier A. Advanced provision of emergency contraception does not reduce abortion rates. Contraception. 2004.
*** Abortion increase blamed on declining use of pill, The Local, 2008
#1 Raymond E. Effect of an emergency contraceptive pill intervention on pregnancy risk behavior. Contraception. 2008
#2 Raine T. Direct Access to Emergency Contraception Through Pharmacies and Effect on Unintended Pregnancy and STIs. JAMA. 2005;
## Hu X. Advanced provision of emergency contraception to postnatal women in China makes no difference in abortion rates. Contraception. 2005
앞서 응급피임약이 부작용이 많은 약이라서 전문의약품이 되어야한다는 언급을 한 바가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위험한 약을 환자에게 처방을 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 말씀은 일면 맞는 부분도 있지만, 크게 보면 맞지않는 말입니다. 응급피임약을 복용해야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피임이 준비되지않는 상황에서 성관계를 하고 원치않는 임신을 할 수 있는 위험에 처해있는 분들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작용이 있는 호르몬제를 복용해야하는가에 대한 것은 의사에게 부작용에 대한 정확한 상담을 받은 후에, 원치않는 임신을 하는 것보다는 부작용을 감수하고 약을 복용하는 것이 낫다는 본인의 판단 하에 하는 것이며, 이 역시도 자주 복용하는 것이 아니라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드물게 복용하는 방법에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응급피임약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응급피임약의 부작용에 대해서 발표된 연구결과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응급피임약의 부작용관련 근거자료
응급피임약 노레보(레보놀게스트렐 단일 응급피임약)의 부작용으로는 출혈이 가장 많아 약 1/3 (31%) 환자가 출혈을 호소한다 (Helena von Hertzen, LANCET, WHO 2002).출혈의 양이 많은 경우에는 어지러움과 빈혈을 일으키며 급히 응급실로 오는 환자들도 있다. 많은 여성이 이를 "생리"로 오인하고 "임신이 되지 않았다"고 안심하다가 뒤늦게 임신을 발견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응급피임약은 정상 용량 범위 안에서 사용하더라도 출혈(31%), 오심(14~23.1%), 복통(14~17.6%), 무기력(14~16.9%), 두통(10~16.8%), 어지럼증(10~11.2%) 등의 부작용 발현의 빈도가 높은 의약품이며, 임신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의 발현빈도가 높은 (피임실패율 평균 15%) 의약품이므로 전문의약품이어야 한다.
<참고문헌>
1) von Hertzen H, Piaggio G, Ding J, Chen J, Song S, Bartgai G, et al. WHO Research Group on Post-Ovulatory Methods of Fertility Regulation. Low dose mifepristone and two regimens of levonorgestrel for emergency contraception: a WHO multicentre randomised trial, Lancet 360:1803-10, 2002.
2) World Health Organization Task Force on Postovulatory Methods of Fertility Regulation. Randomized controlled trial of levonorgestrel versus the Yuzpe regimen of combined oral contraceptives for emergency contraception. Lancet 1998;352:428.
응급피임약의 부작용 중에서 가장 심각한 부작용은 연구논문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임신입니다. 이는 응급피임약의 피임효과에 대한 불안정성에 의해 생기는 문제로서 실패율이 평균 15%에 달하는데, 이 조차도 제대로 가임기에 충분히 사전 설명을 들은 후에 제대로 복용을 했을때의 약효이므로 실제 약에 대한 제대로 된 상담이 없이, 의학적 지식이 없는 약사에 의한 복약 지도만 받은 상태에서 임의로 복용했을 경우는 더욱 떨어질 것입니다.
부작용 중에서 가장 심한 부작용은 출혈(31%)인데, 3분지 1이나 이러한 부작용을 호소합니다. 이것은 응급피임약이 약효를 나타내는 메카니즘과 연관이 있습니다. 응급피임약은 자궁에 수정란이 착상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를 나타내기때문에 자궁내막에 변형을 유발합니다. 그래서 출혈이 야기되는 것인데, 사람에 따라 양이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어서 심한 경우 생리와 비슷한 수준의 출혈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적지 않은 부작용을 보이고 있는 불안정한 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을 하는 경우 오히려 이런 문제로 병원 진료를 다시 받게되는 현상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응급피임약이 일반의약품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피임과 사전 피임약의 복용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의 변화와 교육이 우선 되어야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의 피임실천율은 70%를 넘지 못하고 있어 30%는 무방비 상태에서 성관계를 하고 있으며,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편리한 피임방법인 피임약의 복용율은 아래와 같이 2.5%정도로 다른 선진국가와 비교할때 턱없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아래 표 참조)
< 참고자료 3 > 각 나라별 일반 피임약 복용율
이토록 부작용이 많고, 일반의약품으로 전환을 했을때 낙태율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지않고, 청소년들이 오남용을 할 수 있는 데도 응급피임약을 갑자기 일반의약품으로 전환을 하려고 하는데는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명분은 응급피임약은 안전한 약이며, 국민의 약에 대한 접근도를 높여서 낙태율을 줄이겠다는 것이지만,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이러한 명분은 근거가 없다는 것을 식약청에서는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구지 응급의약품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을 시도하는 진정한 이유를 떳떳이 밝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국민의 불편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보건상의 이익이 된다는 이유로 시작한 의약분업의 취지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가 생기거나 비이성적인 논쟁이 되지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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